2008년 6월 15일 작성한 이윤훈niki 본인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SSER TBI 랠리 참전기
니키(이윤훈)는 2008년 4월 27일~5월 6일까지 일본의 시코쿠현에서 열리는 TBI 2,500km의 랠리에 참전했습니다.
금번 랠리 참전에는 대전 프로그팀의 부단장님이신 지승현, 닉네임(coco)님이 단독 출전을 한다고 하셔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니키가 긴급히 투입되었습니다.
이때 니키가 참전할 수 있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요. 그중에 제일 처음 도움 주신 분이 “요시오 이케마치” 씨입니다. 요시오 이케마치 씨는 자신의 스폰서에 요청해서 작으나마 도움을 줄 테니 와달라는 요청을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매드라이더스 팀 (전)단장님이셨던 이기호 님께서 배석두 회장님과 이은원 엔듀로 위원회 회장님한테 니키가 출전을 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요청해 주셨습니다.
그 외 일본 “우에사카” 무역에서 콘티넨탈 타이어를 니키무역에 스폰을 해주셨고, 구미팀의 단장님이신 도경호 님과 일본 “MARUI” 한국 총판을 운영하고 계신 홍성찬 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위 분들은 저의 특별한 요청 없이 자발적으로 랠리의 완주와 정보 습득을 위해서 도와주신 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이 안 계셨더라면 랠리의 완주는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선 TBI 랠리를 왜? 어떻게 해서 참전하게 되었는가? 를 설명하고 싶은데, 작년 11월경 엔듀로 위원회에서 배 회장님의 초빙으로 이뤄진 “이케마치 스쿨” 때의 일부터 설명을 하지 않으면 이해가 힘들 것이므로 잠시 서론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상으로만 봐오던 파리 다카르의 아시아 영웅 “요시오 이케마치” 씨에게 한국인들의 질문은 언제나 “파리 다카르에는 어떻게 출전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스쿨이 끝나고 회식 장소에서도 이어진 랠리의 참전 방법을 물어오던 선수들에게 요시오 이케마치 선수는 제안을 합니다.
“랠리라는 장르는 이해하기 힘든 시합이므로 파리 다카르나 몽골 랠리에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에서 열리는 랠리에 참가해 주세요”라고 제안을 하면서 더군다나 파격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위해서 참가자의 오토바이를 준비해 주겠다”라고까지 선언했습니다.
그의 발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다음 해에 있을 랠리에 가자고 하는 분위기였고 이케마치 선수도 그렇게 알고 귀국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4월 말에 있는 경기에 참전하기 위해서 2월까지는 접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3월이 중순이 넘었는데도 연락이 없자 이케마치 씨가 니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역시나 내용은 “참전할 선수는 정해졌는가?”, “여기서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명이 어떤 선수가 오는지를 알려달라! 그리고 신청서를 적어서 보내달라!”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진행 맡을 사람이 없는 관계로 니키가 바쁘게 분주하게 움직여서 자진 참전의 지승현 씨와 지인들의 요청에 의한 니키가 랠리 참전에 이르렀습니다. 뭐… 내용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지금 그런 이유를 적어 놓지 않으면 이번 일본 TBI 랠리에 어떻게 해서 니키와 코코 씨가 참가하게 되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계실 겁니다.
사실 랠리에 다녀온 후에 이렇듯 저렇듯 말씀이 많으신 분들이 주변에 계셨습니다. “돈이 많아서 그런데를 다녀오냐?”, “파리 다카르도 아니고 동네 시합에 나가서 무슨 의미가 있냐?”, “여자도 완주하는 시합이 뭐 그렇게 대수냐?” 등등… 의 말씀 고맙게도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명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고 그저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가 잘되기만을 바라면 발전은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요, 자신의 발전 또한 이뤄지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외국 동영상 조금 본 것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국내 시합에서는 국제 룰에 비춰봤을 때 아무것도 아닌 시합을 이겨놓고 왈가왈부하는 내용은 해외에 나가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랠리만 해도 룰을 이해하지 못하면 출전이 힘듭니다. (목숨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이 랠리입니다.) 모토스포츠는 외국에서 파생된 스포츠이기 때문에 원조격인 시합 진행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국내에서 이거다 저거다 하는 논쟁은 조금 부족한 면이 많겠지요.
암튼 서론은 이쯤 해두고 랠리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시시한 이야기는 랠리의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일본 시코쿠현에 도착해서 미리 기다려주던 이케마치 씨와 애즈래 씨가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나중에 알아둔 내용이지만 애즈래 씨는 한국에서 참전한다는 저희들의 사정을 보살펴주려고 멀리서부터 한걸음에 달려와서 같이 랠리 시합을 해주셨습니다.
도착 당일 시합 전날이지만 시합장에 도착해서 차량 검사와 휴대품(안전 장비, 복장 용품, 비상 용품 등등…)을 검사받아야 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철저함이 돋보이는 이날의 검사는 정말 까다롭고 또 까다로웠습니다. 조금만 틀려도 바로 되돌려 보내는 검사관들이 이때처럼 또 미워질까요. 그러나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고, 그저 시키는 대로 배운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그리고 이날따라 처음으로 맵(로드맵) 케이스의 위치를 주최 측에서 위치 조정을 하라는 조치가 내려졌는데요. 몽골인가? 저번 대회 때에 시합 중 전도된 사람이 맵 케이스 때문에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끔 맵 케이스를 상위 쪽에 설치하지 말라고 해서 긴급히 수정하느라고 시간이 또 많이 흘러갔습니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7일분의 로드맵과 기념품(T셔츠, 볼펜, 만쥬) 등을 주었고 이번 행사는 SSER에서 TBI 랠리를 20년 동안 무사히 치러낸 기념적인 행사였습니다. 여하튼 이날은 경황없이 정신없는 하루의 일정이 저물어 갔습니다.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 가서 이케마치 씨가 하는 것처럼 책처럼 된 로드맵을 한 장씩 뜯어서 풀로 정성스레 이어서 붙여 갔습니다.
이때 둥글게 둘둘… 말아 놔야 다음에 쓸 때 편하지만, 풀이 마르기도 전에 말아버리면… 엉켜서 붙어버려 로드맵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이케마치 선수는 형광 사인펜으로 미리 코스 옆에 자신만의 스케줄을 적어 놓고 있었는데… 뭐… 자잘구레한 것들 같았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계획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도 랠리에 참가한 사람만이 시행착오로 얻은 교훈이겠지요.
도착 이틀째… 드디어 시합의 첫날이 다가왔습니다.

이날은 모든 참가자가 도착해서 출발하는 날인지 출발이 오후 1시부터입니다. 오전부터 도착한 선수들과 우리들은 마지막 정비와 출전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때 필요 없는 짐 같은 것은 차에다가 실어두고 정말 필요한 짐들만 SSER 관계 트럭에 실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여의치 않은 것이 무게의 제한이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는 17.5kg의 무게 제한이 올해부터 조금 여유가 생겨서 21.2kg으로 늘었다고 했습니다만, 텐트와 침낭 그리고 식기 세트와 옷가지 등을 넣고 보니… 무게는 금세 훌쩍 제한 기준을 넘어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짐을 넣고 빼기를 반복해서 겨우겨우 19.8kg 정도로 맞춰서 시합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출발 1시간 전… 브리핑이 시작됩니다. 그날그날 전달 사항과 주의점을 알려주는 브리핑은 그날의 시합에 굉장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시합 코스가 바뀌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그날의 전달 사항을 듣지 못하면 시합이 원활히 진행될 리 만무하겠지요.
경기 첫날인 오늘은 220km 주행 정도입니다. 출발 전에 이케마치 씨가 라이딩 복장을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당부하는군요. 아직은 산속이 춥다고… 니키는 원래 추위를 잘 타는 성격이라서 미리 점퍼를 준비해 갔으나, 동행한 지승현 선수는 따뜻하게 보호될만한 점퍼를 가지고 오지 않은 관계로 경기 중에 결국 이케마치 선수의 점퍼와 호소노 씨의 점퍼를 빌렸습니다.
역시 일본이라고 해도 산속의 밤은 추웠습니다. 한국에서도 도전해 보지 않은 밤길은 굉장히 무섭고 으슥했으며, 야생동물이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특별히 첫째 날의 진행은 코코 씨가 한 번의 코스 이탈을 해서 니키가 찾으러 다닌 것 말고는 추위에 떨며 구간별 SS 코스를 완주하여, 하루 220km의 주행은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캠프장에 도착해서도 첫날이라 적응이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짐을 찾고 텐트를 치고 바이크 정비(타이어 점검, 체인 루브 치기, 루트맵 달기, 휘발유 체크, 엔진오일 체크) 등등을 해서 파킹 에어리어에 넣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넣고 나서는 만지거나 정비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요.
둘째 날 경기 아침 브리핑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산속에 이끼 낀 길이 많으므로 주의를 요하는군요. 아침에 코코 씨의 DR250이 어제 잠깐씩 세워둘 때 키를 OFF 시키지 않아서인지 시동이 셀 모터로 돌아주지 않습니다. 코코 씨는 아무래도 킥 스타터의 시동이 쉽지는 않은 듯했는데… 지켜보고 있던 관중 중의 한 명이 스태프가 보지 않았을 때 잠시 걸어 주었던 모양입니다.
사실은 시동은 타인이 걸어주지 못하게 되어 있으므로 그런 행위 자체가 금지되었으나… 지켜보던 일본인의 마음이 선수 당사자보다 더 다급했나 봅니다. 이러한 사실도 시동 걸어준 일본인이 나중에 저한테 알려주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
둘째 날쯤 되어서 랠리의 감을, 그리고 루트맵을 확실히 이해한 니키는 제법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전날 오전에 터득은 했습니다.) ^^ 루트맵에 적혀 있는 대로 트립 미터를 봐주면서 코스를 잡으면 되니까… 오히려 이게 재미가 있고 알기가 쉬웠습니다.
애즈래 씨가 말씀하시길, 동네 주민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면 “목적지는 어디냐고 자주 물어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선수 자신도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루트맵이 지시하는 대로 가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작 랠리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코스를 완전히 이탈한 선수의 경우, 도저히 캠프장까지 돌아오지 못할 시에 긴급히 펼쳐 보라고 매일 아침에 나눠주는 노란색 봉투의 캠프장 지도가 들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펼쳐 보는 순간 그날의 경기는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게 체크 타임지와 소중히 보관하여 저녁에 캠프장에 인도해야 합니다.

참? 아침 스케줄은 새벽 4시 30분쯤 기상해서 텐트 접고 세수하고 식사하고 5시 30분에 있는 브리핑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6시쯤 스타트해서 저녁에는 최종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대략 10시 30분까지 캠프장까지 들어오지 못하면 그날 시합은 무효입니다.
6시쯤 스타트를 하면 SS 코스를 향하여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중간중간 어제의 연료가 떨어져서 첫 주유소에는 선수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서 만원입니다. 둘째 날 산속 임도 길을 달리면서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먼저 인사를 해주셔서 같이 인사를 나누고 했습니다.
또, 임도 길이 워낙에 좁아서 맞은편 코너에서 갑자기 달려오는 경트럭이랑 정면충돌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지만, 운전자 할아버지는 그저 허허 웃어주며 인사로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옵니다. 이것도 브리핑 때 말하던 내용인 것 같았는데, 주변 마을에서 먼지 나지 않도록 될 수 있으면 민가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주행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지금까지 선수들이 그런 요청 사항을 잘 지켜준 것 같았습니다.
며칠 날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갈림길에서 앞에서 가던 코코 씨가 전혀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소리를 쳐봤으나 쳐다보지 않고 가버린 코코 씨를 기다리기 위해서 언덕 위쯤 시동을 걸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코 씨가 금새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주변의 조용함에 오토바이 소리만 계속 나고 있어서 민망할 때쯤 민가 아래쪽 집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서 위쪽이 길이 맞는거라고 친절히 손짓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 코코 씨를 뒤로하고 코스대로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길을 헤매고 있는 것같이 보이셨나 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본, 그것도 시코쿠 지방에서 20년간 쌓아온 신뢰도가 있었기에 오토바이 랠리를 주민들이 반감을 갖지 않고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한 번쯤 다녀오신 분들은 제가 말하는 경관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시코쿠의 경관과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산 위에서 아래로 꼬불꼬불 굽어진 도로를 내려가다 보면 산과 산 사이의 절경 아래 민가의 오래된 듯한 일본식 재래 집이 커다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가서 일본의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산속의 땅 토질 또한 너무 좋아서 오래된 나무들이 아주 위풍당당하게 나 있었는데요.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의 모습은 아마도 시코쿠가 아니면 보기 힘들겠지요. 이러한 경치만큼이나 기분 좋은 것은 랠리를 함께 뛰고 있는 참가자들이었습니다.
SS 코스같이 험난한 곳이나 일반 도로에서도 위험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도와주는 것을 보면 여기가 일본이 맞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니키 역시도 펑크가 난 KTM 어드벤처에게 도움이 필요한가 먼저 말을 꺼내 보기도 하고, 동굴에서 앞서가던 선수가 커다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을 한달음에 뛰어가서 도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행한 코코 씨도 일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합 중에 생명과 같은 “휘발유”를 나눠 주기도 하고, 반칙을 무릅쓰고 시동을 걸어주기도 하였으며 식사도 대접받았습니다. 넘어졌을 때 도움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랠리라는 것은 그저 단순히 시합이라고 보기 힘들고, 인간 본연의 마음을 꺼내 놓기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 되어 오고 그날의 경기도 끝이 나고 있습니다. 캠프지로 돌아가 보면 발 빠른 선수들은 먼저 도착해서 정비도 하고 있고, 씻고 밥 먹고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니키도 텐트 안 침낭에 몸을 넣을 때쯤 되면 하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먹고 자고 싸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 경험이라는 것에 뭐든지 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랠리라는 장르의 시합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일째 날이 밝아오고 다른 날들과 다름없이 텐트를 접고 짐을 싸서 트럭에 옮기는 것부터 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짐이 매일 같은 짐인데도 불구하고 무게가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늘어나 있습니다. 아무래도 새벽에 내린 이슬이 문제인 듯… 습기가 묻어서 무게를 가중시키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여차저차 무게를 줄이고 짐을 부치고 있다 보면 전날의 성적순으로 엔트리를 불러줍니다. 출발하기 위해서 순번으로 줄을 서고 있으면 옆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어느 정도의 레벨에 있는지를 감잡을 수가 있지요.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앞쪽에 선 여자 선수를 볼 때면… 가슴과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스타트를 끊고 가다가 어느새 없어진 휘발유 탱크를 보면서 연료 탱크 밸브를 비상으로 돌리고 주유소를 찾는 데 열중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급유를 3번 정도 해야 하는 과정 중에 “내가 정말 먼 거리를 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다음부터 랠리 시합을 한다면 장거리용 대용량 탱크를 장착해야 할 듯합니다.
셋째 날 코코 씨가 아침에 니키에게 부탁을 합니다. “니키 씨~ 시동을 잘 못 걸겠는데 스타트 끊고 가지 말고 앞에서 시동 좀 걸어주세요~” 선뜻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본인 차례에 출발을 하자마자 스타트 게이트 바로 앞쪽에 자리 잡고 코코 씨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코코 씨가 자신의 DR250을 손으로 밀고 나옵니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재빨리 니키가 낚아채서 시동을 걸어주려던 찰나… 관계자 모든 스태프가 뛰쳐나옵니다. “노~ 노~ 니키 상~ 다메요~” 하면서 손으로 X자를 그려줍니다. 말하자면 참가자 오토바이의 시동은 타인이 걸어줄 수 없고, 만일 발각이 된다면 패널티를 먹게 된다는 것이지요. 뭐… 이것도 시행착오라고 생각이 되는 것이 저도 참가의 룰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으니까 이런 것도 소중한 공부가 되는 것이지요.
아침의 혼란스러움은 스타트를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시합 중인 선수들을 향해 지나던 차들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응원의 메시지인 듯한데… 너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타국에서… 그것도 일본에서 오토바이 선수로 인정받는 기분은 모든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려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산길이 많은 관계로… 아니면 자연의 보존 상태가 좋아서 등의 이유로 일반 도로를 지나다 보면 야생 동물의 사체가 간간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태어나 살아온 저로서는 뱀의 사체 자국이 난 것도 처음 보지만, 잠시 코스 이탈을 해서 재빨리 복귀하려고 과속을 하다가 뱀을 치어 버리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앞서가던 자동차가 멈칫하던 가운데 추월하려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커다란 뱀의 출현은 심히 당황스럽더군요. 주최자 측에서 밤길에 과속하다가 너구리나 야생 동물을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다가 넘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한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하고 나뭇잎에 가려진 그늘 사이로 달리다가 굽어진 연속 코너를 돌 때쯤 3일간 긴장한 피로가 밀려옵니다. 아직 CP(체크 포인트)까지 나의 달리는 속도와 남은 거리를 보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약 30분 정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늘 아래 지나던 길 반대편에 그냥 쓰러져서 눈을 감고 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바이크 소리가 귓가에 시끄럽게 들렸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약 30분간 쉬고 나서 휴게실을 들러 식사를 하려고 하니, 방금 전 지나가던 라이더들이 “아까 니키가 길가에 죽어서 쓰러져 있던데…”라고 놀리고 갔다고 하네요. 역시 바이크 타는 사람들의 농담은 현실적입니다! ^^*
역시나 하루가 지나가고 캠프장에 느지막이 도착하면 발전기로 돌아가는 서치라이트가 정비 장소를 비춰주며 여러 라이더들이 타이어를 교환하거나 정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갑자기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으로 봐오던 랠리의 모습은 멋지고 경기가 끝나면 막사에 들어가 누군가가 차량을 수리해 주고 선수인 자신은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멋스러움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머신을 자신이 묵묵히 정비하고 다음 날의 시합을 준비해야 합니다.
넷째 날은 어제의 SS 코스 도착 지점에서 주의를 받았던 라이트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에 패널티를 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물론 캠프장에 도착해서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니키가 빌려 탄 오토바이는 오래된 HONDA의 XLR250이었기에 요즘 차량처럼 라이트가 계속 나오지 않고 ON/OFF 스위치가 있는 차량이었는데, 전날 SS 코스 마지막 부분 코너에서 전도당했을 때 충격으로 인해서 OFF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저 주의로만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패널티를 받는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을 때쯤, 친해진 선수가 “이의서”를 제출해 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의서”도 3,000엔을 첨부해야 하고 사건 발생 24시간을 넘기면 무효라고 하기에, 잠깐 화가 난 채 관계자에게 따져 물었으나… 그저 규정집에 적혀 있으니 파악하지 못한 선수의 책임이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결국 위의 상황을 세세히 자필로(히라가나로만 적어서^^) 적어서 제출했습니다. 이런 것도 역시 체험해 보지 않고 매뉴얼 읽듯이 룰 전체를 파악하기란 힘든 일이었습니다.
넷째 날은 SSER의 20주년 기념 파티를 캠프장에서 하기 위해서 390km 주행 후 오후 6시 30분쯤 도착할 수 있는 코스 설계였습니다.
이날 마지막 SS 코스는 모토크로스 경기장에서 치러졌습니다. 랠리라는 장르의 시합일지라도 기본기는 역시 모토크로스인가 봅니다. 여러 가지 상황 설정 중에 한 가지 코스인 셈인데요. 일본 모토크로스장에서 타보는 것이 벌써 8~9년이 다 되어가는 니키는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국의 코스와는 많이 테크니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스무스하게 안전한 코스로 진행되었습니다. 감동적인 것은 참가자 모두가 갤러리 겸 참가자로 나뉘었는데, 시합을 치르기 전의 선수와 시합을 치르고 먼저 들어온 선수 모두가 일심동체로 소리 내어 코스에 들어가서 달리고 있는 선수를 응원하였습니다. 수준 높은 응원의 모습에 한번 놀라고, 모토크로스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테크니컬한 선수들의 기량에 놀라버렸습니다.

하루의 일정을 그렇게 소화하고 캠프장에 도착하고 보니 관계자들은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캠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가 슬슬 오기 시작하더니, 저녁쯤 파티가 시작되기 전부터 소나기가 펑펑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주최자 야마다 씨는 “오늘이야말로 TBI 랠리 같은 날씨군요”라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20주년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참가해 온 선수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TBI 랠리는 20년간 열려오면서 이번 대회만큼 비가 안 온 것이 세 번 안쪽이라고… 그리고 7일 동안 5일은 계속해서 비가 왔다고 합니다.
하늘이 우리를 도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7일 내내 비가 안 온 것은 한국에서 참가한 우리를 불쌍하게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20주년 기념행사 때 비가 와서 비가 오는 분위기는 충분히 만끽했으니 정말 경험 수치로는 만점입니다.
다섯째 날 아침 브리핑에선 어제 니키의 라이트 건 이의 신청에 대해서 “어제의 라이트 건 이의 신청은 무효로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전달을 대신했습니다.

모두에게 통고한 내용처럼 모두가 같은 룰로 공평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법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의 결정에 본인도 납득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알아서 전부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정해진 룰은 지켜야 하는 것이지요.
이날은 어제의 20주년 파티 때문에 니키는 아침 8:00에 출발하는 것을 알았지만, 공짜로 나눠주는 맥주에 뽕~ 가버린 니키가 코코 씨에게 아침에 늦어도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랬더니 평상시에 깨워주지 않았던 코코 씨가 친절히도 이날은 새벽 5시쯤 깨워주셨네요… 새벽의 고요함 속에 “니키 씨~ 니키 씨~”라고 잠을 푹 자고 있던 니키의 귓가에 환청으로 들리기까지… ^^
그 덕분에 옆쪽에 텐트를 치고 자고 있던 호소노 씨까지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대부분의 텐트가 코코 씨의 목소리에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_-;;;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을 때쯤 스타트를 끊고 얼마 안 가서 바이크의 컨디션이… 엔진의 상태가 이상해져 왔습니다. “어? 왜 이러지?” 생각하려는 찰나에 소위 말하는 찐빠와 노킹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고급 휘발유를 넣어 보고도 해결이 안 되려는 찰나, 저녁에 캠프장으로 향하던 도중에 엔진이 언덕길에서 잠시 서버렸습니다… 직감적으로 엔진에 문제가 생겨서 안 좋은 것을 느끼고 주유소에 잠시 들러서 엔진오일을 체크해 보니까… 엔진오일이 없.다. -_-;;;; 이런… 급하게 주유소에서 차량용 엔진오일을 구매해서 넣고 캠프장으로 무사히 향할 수 있었습니다.
여섯째 날은 어제 오토바이에 신경을 써서인지, 아니면 산길에서 약간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가 띵~ 했습니다. “감기다… -_-;;” 이날은 니키의 운세가 정해지는 날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제일 긴 SS 코스를 탄다고 브리핑에서 전해 들었고, 이케마치 씨 역시 “작년에 잘 타는 사람도 전혀 다른 길로 나오기도 했었다… 헤매지 말고 길을 잘 잡고 가야 한다”고 저에게 신신당부하며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날따라 코코 씨가 아침에 휘발유를 넣고 나서 주유소에서 나가려는 순간 시동이 안 걸려서 코코 씨의 요청으로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 주세요!”가 나중에는 힘이 들었는지 “일본 스태프들은 시동을 걸어주던데…”라고 혼잣말까지 합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야 뭘 해주든가 하는데 주유소 안에 참가 선수들이 쉬고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것만 3~4명…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말로써 시동을 걸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벌써 SS 코스 진입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 너무 늦었다… 몸 컨디션도 제로인데… 오늘은 SS 포기를 해야 할지도 몰라…” 반쯤 포기하려 하는 찰나~ 부릉~! 코코 씨의 바이크가 움직입니다. 코코 씨도 시간의 촉박함을 느껴서 서둘렀는지, 언제나 그랬듯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길을 헤매는 듯하다가 저보고 앞서가라고 손짓을… -_-;;; 아마도 루트맵을 보는 것이 아직은 어색한 모양입니다.
니키는 시간은 쫓기는데 조금만 빨리 가도 백미러 속에 사라지는 상황에서, 뒤쪽에 쫓아오는 코코 씨를 신경 써가며 SS 코스로 향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SS 코스 바로 앞쪽 포장이 안 된 터널을 지나고 있을 무렵, 앞쪽에 먼저 달리던 KTM 선수가 커다란 돌부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공중에 사람과 바이크가 으억~ 소리를 내며 휙 하고 날아가 버립니다. -_-;;;
가던 길을 멈추고 바이크에 깔려 있는 일본 사람을 한국 사람이 구해줍니다… 아~ 뿌듯하다! ^^* 크게 다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쓰러진 선수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백미러를 보더니 거울이 없어졌다고, 나중에 발각이 되면 패널티를 받을까 봐 걱정하며 터널 안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니키가 또 후레쉬를 들고 한참을 찾아줘야 했습니다.

그러다 저러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행히도 SS 코스 앞쪽의 진행 요원에게 니키가 물어봅니다. “늦진 않았나요? 혹시 패널티입니까?” 그러자 “7:30분까지니까 아직은 괜찮다”라는 대답을 듣고, 7시쯤 도착한 니키가 힘차게 달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몇 일간 신었던 부츠 속의 긴 양말이 냄새가 진동하는 관계로 빨아 놓았는데, 다음 날까지 마르지 않아 핸들에 묶어 두었던 양말이 SS 코스의 바이크 흔들림 때문에 눈앞에서 날아가 버립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긴긴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주우러 갈까? 아니야… 양말 정도는… 괜찮아… 지금은 레이스 중이야… 주우러 갈 시간이 어디 있어? 버려버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어느덧 제가 양말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의 방향을 틀고 있었습니다. -_-;;; 양말을 줍고 있는 사이에 시동이 꺼져버렸습니다. 그러나… 급하면 더욱 안 걸리는 발로 거는 킥 스타트. ^^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고 나니 SS 성적이 좋지 않아질 것 같아서 서둘러 달리던 것이, 내리막 코너 진입 시에 미끄러져 버리고 넘어지고 맙니다. 이때 팔을 잘못 땅에 짚어버렸는데, 그때 온 충격이 서울에 도착한 지금까지도 덜덜거리는군요. 넘어지면서 또 시동이 꺼져버리고… 또 한 번 급하면 안 걸리는 발로 거는 킥 스타트… -_-;;;
이렇게 여섯째 날의 하루가 시작되어 갔습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이어지며 시작되는데, 오늘 저녁에 있을 지금까지 중 제일 길다는 SS 코스는 44km 정도… 약 1시간은 소비될 듯했습니다. 모든 선수가 긴장하고 있었고, 갈림길이 많은 관계로 빨리 가는 것보다는 루트의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니키는 잘못된 산길에서 귀신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신기한 것은, 루트맵에 표시된 코스와 같아 보이는 길이 정말로 맞다고 생각하며 가다 보니 실제로 있었습니다. 허나 그 길로 접어들어 보니 언덕길과 낙엽, 그리고 주위의 싸늘한 찬 공기가 몸에 맞닿자… 혼자 생각에 “여긴 아무도 오지 않은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서움이 싹 들자마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현실이 더욱더 긴장되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여기서 코코 씨가 길을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 텐데… 코코 씨는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며 겨우겨우 SS를 마치고 캠프장에 가보니, 다행히도 코코 씨는 진작에 도착해 있었고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의 성공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하루의 일정과 더불어 긴장이 풀리자 나는 텐트에 들자마자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일곱째 마지막 날 아침은 생각한 것과는 달리 몸살 기운이 없어지고 몸이 가벼웠습니다.

어제 자기 전에 조금 신경 써서 일찍 자고 뜨거운 차 같은 것을 마신 것이 감기에 도움이 된 듯합니다. 아침에 어김없이 어제의 성적순으로 출발 순번을 불러주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순위가 확~ 밀렸습니다. 가만히 순위표를 보니 제가 산속에서 어제 무려 1시간 30분을 넘게 헤매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헤맨 사람이 코코 씨를 걱정하며 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제 자신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군요. ^^*
여하튼 아침에 출발선에 서고 보니까 오늘이 랠리 마지막 날이라고 하는 생각에 벌써 서운한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코코 씨한테 “하루 정도 더 타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말을 전하자, 코코 씨도 저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우 베리 굿~ 코코 씨와 니키가 어느덧… 랠리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경치가 좋은 곳마다 사진을 찍어대고 말을 붙여오는 선수들도 더욱 많아졌습니다. 서로가 기뻐서일까요? 성공의 의미일까요? 지금까지 말로만 나누던 사람들과도 쉽게 쉽게 친해지는 일종의 “동료애”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참을 흥이 나서 절로 노래를 불러가며 달리던 중… 주유소에 이케마치 씨, 애즈래 씨, 호소노 씨가 보입니다. 그들이 있던 곳은 맞은편 주유소라서 길을 건너던 중… 끼익~~~~~~~~ 하는 위급함의 타이어 굉음이 들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니키의 눈앞에는 소형 자동차가 긴급히 서 있었습니다.
아차~ 긴장을 풀어버린 순간… 확인을 했다고 했지만 눈앞의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케마치 씨, 애즈래 씨, 호소노 씨가 눈앞에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죽는 줄 알았다고 안부의 말을 건넵니다. ^^* 허~ 왜 이런지… 정말 긴장은 마지막까지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진행하다가 이케마치 씨, 애즈래 씨, 호소노 씨, 그리고 KTM 선수와 어찌해서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는데, 이케마치 씨가 가위바위보로 한 사람이 점심값을 내자고 제안합니다. 뭐… 마지막 날이고 해서 니키도 흔쾌히 승낙하고 가위바위보를 시작합니다.
이케마치 씨, 애즈래 씨, 호소노 씨는 벌써 순식간에 세 명이 먼저 이겨버리고, 니키와 KTM 선수만의 둘만의 승부! 그러나 같은 가위를 내기를 두 차례… 반전의 반전으로 아슬아슬하게 니키가 이겨버리고, KTM 선수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익살스럽게 바닥을 데굴데굴… 그런 반전을 지켜보던 모두가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고, KTM 선수가 점심값 6,000엔을 지불합니다. 뭐 이런 것도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선수들과의 교감이지요.

마지막 날 코스 중에는 일본 고속도로를 달리는 코스가 있습니다. 이 고속도로는 시코쿠에서 작은 섬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서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배기량이 250cc 미만의 작은 바이크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관계로 돌아가는 길이 적혀 있는 루트맵을 보며 와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경찰관들과 시민들이 고속도로 아래를 쳐다보며 뭔가 조사를 합니다. 배기량이 적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선수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신발이 놓여 있었고 유서 같은 것이 있었다고, 아무래도 자살을 한 사람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면 안 되는 것인데… 요즘 같이 편한 세상은 허약한 사람을 낳았나 봅니다.
사람이 죽을 정도로 높은 고속도로다 보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애즈래 씨는 나중에 말하길, 고속도로가 너무 높아서 밑을 쳐다보면 어지러워 중앙선 근처로 달렸다고 합니다. ^^ 근데… 어떻게 모토크로스를 배워서 펑펑 날아다닐까 하는 의구심은 그 누구도 가시지 않습니다.
마지막 피니시에 도착해서 ‘정말로 완주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코코 씨도 열심히 달려서 마지막 피니시에 들어섰습니다. 여자로서 2,500km가 넘는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 완주라는 것 자체도 대단한데 여성부 5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저녁에 파티 겸 시상식이 있었고, 외국인으로 참전한 니키와 코코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케마치 씨, 애즈래 씨, 호소노 씨를 비롯하여 SSER 관계자, 그리고 참가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더군다나 일본 선수들 모두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니키에게 한국에도 랠리 코스를 만들어 달라, 그러면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타보고 싶다고 말한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니키의 한국 자랑도 멋지게 늘어놨습니다. 언젠가 한국의 포천을 비롯해 강원도, 제주도 등의 아름다움을 그들에게도 선사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7일간의 대장정은 마감이 되었고… 도와주신 모든 스폰서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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