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월 4일 작성한 이윤훈niki 본인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니키의 주절거림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독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글 쓰는 일도 잊지 않고 계속 많은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많이 늦어진 작년(벌써 작년이 되어버렸습니다) 8월에 있었던 구마모토 ‘3시간 그린밸리 엔듀로’ 참전기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궁금해하셨던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말씀을 전달할 수도 없는 관계로 이렇게 글로 남겨놓는 것이 언제든지 볼 수 있기에 좋다는 것을 일을 핑계로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
사실 이번 8월에 참전한 그린밸리 3시간 엔듀로 경기는 일본 어느 지역 동네에서든지 간간이 열리고 있는 시합입니다. 전에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때 잡지나 용품점 등에 가보면 안내장이 있었습니다. 안내장의 문구에는 “3시간 연속 엔듀로 시합 개최!!”라고 적혀 있었지요. 그때 당시 저의 머릿속엔 트랙이나 돌던 기억밖에 없는 그저 순진한 모토크로스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냥 트랙만 타도 10분 정도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3시간을 타? 저건 나가면 죽을 거야…….”
그런데 이제 제가 직접 나가보게 되었으니, 실로 세월이 흐르긴 했나 봅니다. 당초 니키몰에서 일본 모토크로스 관람 등의 기획은 많이 잡아놔서 이번 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처음 알게 된 일본 거래처에서 제안을 받은 그린밸리 3시간 엔듀로 시합에 대해 주인장의 말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엄청 재미있다! 즐겁다! 괜찮다면 참가를 해봐라!”였습니다. 그리고 “참가 인원이 많을 때는 200명을 넘는다! 평균 120명 정도가 참가한다!”라고 저를 마구마구 유혹했습니다.
6월에 이미 구마모토를 방문했었지만, 다시 한번 8월에 있는 그린밸리 시합을 계획합니다. 사실 4월에 있었던 랠리의 후유증이 풀리기도 전이라 그 여세를 몰기로 작정한 것이지만요. 아무도 동행하는 사람이 없다면 단독 출전을 정해놨는데, 일본 친구이자 친한 형님 같은 ‘미에다 후미아키’ 씨도 같이 참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에다 후미아키 씨도 근 15년 만의 출전이라고 전하며 레이스를 할 생각에 저와 한번 전화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보통 1시간은 훌쩍 넘겨버립니다. (여자라면 더 좋았을 텐데…… ^^*) 여차저차 한국에서 인원도 저를 포함한 3명이 갖추어졌고 긴급히 일본행 교통편을 알아보니 성수기라서 배와 비행기 모두 만석이었습니다. 정말 글로벌 시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더군요.
겨우겨우 아는 여행사를 통해 구하게 된 아시아나 비행기 표 3장으로 후쿠오카로 향하게 됩니다. 미리 예약해놨던 렌터카로 미에다 후미아키 씨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산길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은 꼭 우리나라 대관령 길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멋져 보였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산꼭대기에 위치한 목장이었는데, 도착 직후 저녁이 되어 바로 텐트를 치고 미에다 후미아키 씨 가족과 함께 바비큐 준비를 합니다. 맥주와 함께 분위기에 취해서 말이 잘 안 통하는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으쌰으쌰 먹고 마시고 할 때쯤, 어디선가 아가씨들이 길을 물어봅니다. (난 이 지역 잘 몰라~ ^^;;)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미에다 후미아키 씨를 놔두고 동행한 우리 일행들이 한국어를 쓰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아가씨들이 답례로 한국어를 해줍니다. -_-;;;;
한류의 열풍은 역시 대단해……. 그러나 난 왜 인기가 이 모양일까? ^^* 전에 예약해놨던 XR100을 찾아놓고 체인과 액셀 등을 정비하고 휘발유도 가득 넣어둡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7시쯤 일어나서 복장을 갖추고 준비를 합니다. 접수 확인을 마친 뒤 8시 미팅 때 주최 측에서 “한국에서 여기 일본까지 시합을 하러 오셨습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라고 소개해 줍니다. 더불어 다치거나 움직일 수 없을 때는 팔로 X자나 OK 사인을 달라고 합니다. 오피셜들은 한국말을 모른다고 말이죠. ^^
스타트는 넓은 공원에서 접수 순으로 출발시킵니다. 앞줄부터 한 줄씩 출발했고, 동행한 일행과 사이좋게(?) 출발했습니다. 일행들은 모토크로스 연습장에서만 타본 경험밖에 없어서인지, 길이 곧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이고 전날 비가 살짝 와서 질퍽한 길이 되어버리자 니키 앞에서 맥없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리더인 제가 그래서 “괜찮아요?”, “도와드릴까요?”라고 묻자, 행여 한국 선수가 지기라도 할까 봐 어서 달리라는 사인을 보내줍니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앞서가던 KTM을 타고 있던 일본인 선수도 중심을 못 잡고 제 눈앞에서 날아갑니다. 이건 뭐 슈퍼맨도 아니고……. –-;; 어찌어찌해서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와 보니 누군가가 사인보드에 시간을 적어서 보여줍니다. “23분”. 아, 1바퀴 정말 길다……. 하긴 처음 1바퀴를 30분 넘기면 실격 처리한다는 말이 기억나는군요. 나름 빨리 달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3시간을 지속적으로 달려야 하는 시합에서 1바퀴 돌아오는 것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오토바이 컨디션과 제 실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80cc 아저씨한테 추월당하는 맛은 씁니다. –-;;
그렇게 2바퀴째쯤 달리고 있을 때, 길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과 플라스틱 앞 펜더, 뒤 펜더, 고글 등이 보입니다. 언덕이 바이크들이 지나간 자국에 의해 파이고 파인 골 때문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속출했습니다. 그렇게 니키는 완주를 해놓고 보니, 렌트 바이크 참가자 3명 중 순위 3위입니다. 그리고 같이 참전한 한국 선수도 끝끝내 완주에 성공! 다들 승리의 자아도취(?)에 빠져있을 때쯤 시간은 흘러 12시를 가리키고 마지막 바퀴임을 알리는 사인이 들어왔습니다.
시합 완주 후 시상식이 끝나니 시각은 오후 1시쯤. 3시간 연속 시합이라 3시간만 타면 모든 상황이 종료됩니다. 도와준 미에다 후미아키 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을 약속하며, 동행한 일행을 차에 태우고 곧바로 아직도 활동 중인 화산인 ‘아소산’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경기장에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의 살아있는 화산에 다다르자 유황 냄새가 났고, 산 입구 안내 간판에는 천식과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한글로도 적혀 있었습니다.
생에 처음 활화산을 보고 있자니 웅장함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는데, 산 아래 보이는 유황물에 온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입니까? 여하튼 산 구경 잘하고, 일본 하면 온천이니 유명하다는 ‘구로카와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니키도 처음 가본 구로카와 온천은 특정 온천의 이름이 아니고 그 지역 온천을 전부 통틀어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테마의 온천이 많더군요. 5군데 이용 가능한 티켓이나 개별 요금을 내는 방식이었는데, 한군데 추천받아 들어갔더니 이곳은 강물 보호 차원에서 샴푸나 비누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통 오리지널 온천에 몸을 담그고 일행들과 오전에 있었던 담소를 나누다 보니 벌써 저녁이 다가옵니다. 서둘러 숙소인 후쿠오카로 가서 근처 불고기집을 들러 잃어버린 칼로리와 단백질을 보충했습니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다음 날 한국행 몸을 실으려 하니 동행한 분들의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일본을 떠났고, 이제는 다음 그린밸리 엔듀로 참전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에는 여러분 모두의 참전도 기다려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