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3월 7일 작성한 이윤훈niki 본인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올해 겨울은 다들 안전하게 라이딩을 마치셨습니까? 이번 겨울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정말 따뜻하게 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겨울에도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었고, 예전에 비하면 춥지 않았던 2월에 동호인 시합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5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추위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온돌 문화에 익숙한 상태로 2월에 일본을 건너갔으니 오죽했을까요. 일본 전통 목조 건물의 외풍은 말할 것도 없고, 방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두꺼운 이불을 보며 일본인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가스스토브 하나에 의지해 달달 떨던 모습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네요.
저는 현재 일본 경찰청에서 발급해준 면허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면허를 따는 과정도 참 쉽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볼 때 자기 헬멧을 직접 가져오지 않으면 시험 자체를 치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면허도 없는 사람에게 왜 헬멧을 가져오라고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오토바이 면허를 왜 따려고 합니까? 어차피 면허 따서 오토바이 사서 탈 것 아닙니까?”**라는 반문이었죠.
할 말을 잃고 있는데, 이번엔 장갑이 문제였습니다. 장갑이 없어도 시험을 못 본다더군요. 헬멧은 근처 가게에서 서둘러 사 왔지만 장갑은 상상도 못 했던 터라, 같이 시험 보던 일본인에게 간신히 빌려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정작 본인은 낙방하고도 장갑을 빌려준 저 때문에 집에 가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면허 시험장뿐만 아니라 경찰서, 구청, 일반 상점 등 모든 곳에서 제가 알던 한국의 기준을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내가 가진 행동 방식과 상식을 그들에게 이해시키려 목소리를 높여봤자,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저 자신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목소리 큰 사람들이 대접받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토바이 쪽은 더 그런 면이 있어 보입니다.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으나 양해를 구합니다.) 오토바이 하나만을 보고 어려서부터 시합 생활을 하거나, 제대로 배우기 위해 외국을 다녀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문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면허 체계만 봐도 참 코미디 같습니다. 자동차 위주로 돌아가는 도로 사정과는 반대로,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륜차 시험을 볼 때 자기 오토바이를 직접 끌고 오게 했습니다.
만 16세부터 면허를 딸 수 있는데,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이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사서 시험장까지 끌고 오는 광경이 벌어지죠. 정작 시험장 근처에서 무면허 검문을 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하고요. 자동차 학원은 넘쳐나도 제대로 된 오토바이 교육 학원이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다시 시합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기본기도 모른 채 미국 동영상을 보며 알지도 못하는 영어나 일어를 흉내 내며 배운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제조사들이 일본 프로 선수를 초빙해 교육하기도 했지만, 짧은 일정에 모든 것을 배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오토바이 문화에는 원리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누군가 저에게 한 말이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제조 공정도 본 적 없고 유럽 선수들과 교류도 안 해본 사람이 어떻게 오토바이를 논하는가? 그런 말은 전부 거짓일 뿐이다.”
최근 ‘비둘기 고기 꼬치’ 괴담이 해프닝으로 끝난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직접 보지도 않고 “누가 그러더라”는 식의 무책임한 참견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니키무역’을 설립하고 수입, 정비, 레이스 지원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니가 얼마나 아느냐”는 식의 아는 체를 하는 사람들의 유혹과 비아냥도 많았습니다.
잘 모를수록 정확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는 사람한테 알아보니 싸다더라”, “수입하는 게 뭐가 힘드냐”는 식의 달콤한 유혹을 가려서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네 오토바이 문화도 제대로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니키 올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