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2월 23일 작성한 이윤훈niki 본인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아주 오랜 옛날처럼 되어버린 관람기를 적어봅니다.
관람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미천하게나마 제가 느낀 것을 전달하려 했던 진심에 좋은 평을 내려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반응 없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는 조금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
작년 5월 센다이 세계선수권 시합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인 10월, 히로시마에서 전일본 모토크로스 시합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함께 관람할 분들을 모집했습니다. 후쿠오카를 거쳐 구마모토 경기장은 자주 갔었지만, 히로시마는 ‘원자폭탄’이라는 단어 외에는 참 생소한 도시였습니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면서 일본을 왕복하다 보니 이곳저곳 안 가보는 곳이 없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입니다. 이번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직접 도로 사정과 경기장 위치를 웹으로 검색하고 예약하며 산더미 같은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제는 일본도 직접 입력해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참 편리하더군요.
일정은 후쿠오카 도착 후 렌터카로 히로시마까지 이동하는 코스였습니다. 숙소를 경기장 근처로 잡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히로시마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습니다.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국도로만 1시간(약 80~90km)을 가야 했고, 시내 관광을 하려면 고속도로로 1시간 이상(약 120km)을 달려야 했으니까요.
부산에서 일행을 만나 하카타행 고속정에 몸을 실었습니다. 10월인데 파도가 어찌나 높던지, 배 안은 멀미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수없이 배를 타봤지만 그렇게 거친 파도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카타항에 도착해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며 렌터카 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이때 일행 중 흡연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일본은 길에서 침을 뱉지 않는 문화가 강합니다. 재떨이에 가래침을 뱉은 모습을 보고 기겁하던 청소 할머니를 보며,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일본은 면적이 한국의 약 3배에 달합니다. 특히 후쿠오카에서 히로시마로 가는 길은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는 대장정입니다. 일행들은 일본의 고속도로 풍경에 들떠 있었고, 저는 자연스러운 일본 문화를 보여주고자 고생스러운 운전을 자처했습니다. 5시간 동안 약 400km를 달려 히로시마에 도착했습니다. 일본의 비싼 통행료(약 9,000엔)에는 다들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토요일 아침, 간단히 삼각김밥과 된장국으로 요기를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카트 경기장까지 갖춰진 훌륭한 코스였습니다. 경기장에서 구마모토 때 뵈었던 사진 기자분들과 나리타 아키라 선수의 매니저, 다카하마 류이치로 선수 등이 아는 척을 해주어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 유저들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 섞인 관심도 인상적이었죠.
프로 팀들의 화려한 부스와 질서 정연한 차량들, 그리고 차원이 다른 배기음을 보며 일행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진짜 프로들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몸소 느끼는 예선전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히로시마까지 와서 ‘평화공원(원폭 기념관)’을 빼놓을 순 없었습니다. 경기장에서 시내까지 다시 160km를 달려 원폭돔 앞에 섰습니다. 14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장소 앞에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일제강점기 해방의 단초가 된 장소에 서 있으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일요일 본선 날, 경기장의 긴장감은 살벌할 정도였습니다. 관람객도 엄청나게 늘어난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도 이런 흥행 문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가와사키의 아라이 선수의 파워풀한 주행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국제 A급 클래스에서는 HRC 소속 다카하마 선수가 1차전 3위를 기록하며 선전했습니다. 2차전에서는 단독 1위로 독주하다 뒷바퀴 펑크라는 불운을 겪었지만, 바퀴를 교체하고 선두와 한 바퀴 반 차이가 남에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은 진정한 프로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나리타 선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히로시마 경기를 뒤로하고,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다시 후쿠오카로 향했습니다. 늦은 밤 도착해 다음 날 스시를 맛보고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쇼핑을 즐기며 짧고 굵은 일정을 마쳤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역시 거친 파도와 멀미가 기승이었지만, 무사히 부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10월의 일본과 달리 서울은 벌써 한겨울처럼 춥더군요.
사고 없이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온 ‘니키’의 미션 석세스 여행기였습니다. 반응이 좋다면 2008년 전일본 경기 관람도 다시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 니키 올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