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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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라진다고 하더니….. 꼭 그런가 봅니다. 아직은 아침잠이 많은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격세지감을 느낄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긴팔에 두툼한 재킷을 입고 다닌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게 됩니다. 조금 있으면 장마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모두 장마 준비들은 하셨겠지요?

금년에 총 8번 열리는 트라이얼 세계선수권 대회 중 4회전이 일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진작 접했던 니키는 일찌감치 일본행을 준비하고 있었더랍니다. 재작년 센다이 지방 SUGO에서 열렸던 모토크로스 세계선수권의 충격을 잊지 못했던 터라… 트라이얼도 지체 없이 달려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권에 살고 있는 관계로 유럽 지역을 마음대로 가거나 하는 것은 힘든 현실인데, 가까운 일본에서 열어주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이번에 세계선수권이 열린 곳은 도쿄(東京) 지역 북쪽 이바라키현에 위치한 ‘트윈링 모테기(TWIN RING MOTEGI)’ 경기장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장은 니키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살짝 궁금했는데, 자동차 경주장까지 훌륭히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장의 웅장함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트라이얼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국내 여건상 부품 수급이 급한 관계로 니키에게 공급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일본의 큰 트라이얼 상점과 거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정비 정보와 이벤트 정보를 얻던 차에, 니키도 ‘배워야 산다’는 일념으로 달려갔습니다.

일본에서만 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세계선수권 대회를 유치해왔던 모양인데, 지난 모토크로스 세계선수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제일 먼저 실감할 수 있는 것은 관람객의 숫자였습니다.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모토크로스도 아니고, 온로드도 아닌 트라이얼 대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가? 내심 놀란 이유는 거리도 멀고(도쿄에서도 서울에서 대전을 넘기는 거리입니다), 대회 관람비가 1인당 주차비 포함 약 6,000엔(6월 환율 기준 약 79,000원)이라는 비싼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눈짐작으로 약 5,000명 정도의 인원이 각 섹션별로 모여 관람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여든 분들은 전부 트라이얼을 탔었거나 현재 타고 있는 분들일 텐데, 그렇게 봐도 정말 많아 보여서 언제나 그랬듯이 니키의 눈에는 부러움의 습기가 차올랐습니다. 경기장 안에는 ‘혼다 컬렉션 홀’이 자리 잡고 있어, 50년을 넘겨온 혼다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6시부터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향하면서 울려 퍼지는 도쿄 시내의 4기통 배기음을 들어보니, 일본인들의 개인적인 취미를 정말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몰려다니지 않으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취미를 즐기려 아침 일찍부터 라이딩 코스로 향하는 것이겠지요.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금요일부터 퍼붓던 비로 인해 야외 업힐 코스는 질퍽질퍽해서 ‘과연 저길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해가 쨍쨍했는데 일본에 도착하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그치더니 일요일은 정말 쾌청했습니다. 경기장 가운데 스타트 게이트에서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출발하는데, 첫 코스가 1미터 50센티미터가 넘는 돌들이 즐비한 ‘돌산’이었습니다. 세계 실력파들은 역시 달랐습니다. 동영상으로만 접하던 트라이얼 액션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앞바퀴를 들고 뒷바퀴로만 이 바위 저 바위 옮겨 다니는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이번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 출신의 후지나미(FUJINAMI) 선수였는데, 직접 보니 역시 챔피언의 실력은 대단하더군요. 오히려 작년 세계 챔피언이 실수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코스 섹션이 끝나면 선수들은 바로 바이크로 이동하는데, 그 뒤를 가방을 메고 따르는 미케닉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이 미케닉이지 전직 선수 출신들이 서포트하며 물을 공급하고, 긴급 정비와 코스 진로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장이 워낙 커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진짜 자전거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이동 중에 공터에서는 어린이 바이크 교실 같은 이벤트도 열렸는데, 체계적으로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부러웠습니다.

선수들의 패독(Paddock)도 궁금해져서 가보았습니다. 지하 통로에는 에스컬레이터까지 구비되어 있더군요. 역시 자본의 힘이란 대단합니다. ^^ 메이커별 패독은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유명한 선수들이 눈앞에 서 있고, 정비 규모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어떤 선수는 방금 박스에서 꺼낸 신차(GASGAS)로 시합 준비를 하고 있었고, BETA 패독은 박스만 10대가 넘었습니다. 2스트로크 엔진 머신이 많아서인지 시합 후 바로 엔진을 분해해 피스톤과 링, 디스크 세트를 교환하는데, 그 과정이 10분도 안 걸리는 모습은 정말 마술 같았습니다. 피스톤 교체는 5분, 전체 작업도 15분을 넘기지 않더군요.

여담이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펑크 방지를 위해 ‘무스 타이어’를 장착하는데, 주행 후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간도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특히 리어 쇼크업소버(쇼바) 볼트 2개를 풀고 손으로 쑥 꺼내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건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이야기일 겁니다.

모든 시합은 결국 팀워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세계 최고의 레벨이 가려지는 순간은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과 외국의 경기를 비교할 때마다, 정열을 쏟아 응원하고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선수들도 세계선수권에서 활약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때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부족한 관람기이지만 기다려 주신 분들을 위해 올려봅니다. 니키의 주절거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즐거운 여행을 니키와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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