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안효기의 명복을 빕니다…

친구 안효기의 명복을 빕니다…
★니키★ | 2004·07·06 19:19 | HIT : 96 | VOTE : 5 |

2004년 7월 3일 오후 2시, 나의 가까운 친구가 강원도 평창에서 생을 마쳤다..

그날 저녁에 나는 광화문에 오토바이 선수 단장님 집에서 같은 선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9시 30분쯤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 지금 어디 있냐?” “나 지금 광화문에 있는데 왜?” “효기가 지금 죽었대..”

갑자기 이런 소릴 들으면 남들은 놀라서 기절이라도 하겠지만, 우리 친구들 사이에는 이런저런 장난을 도가 지나치게 하는 터라서 혹시 장난으로 말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으나 곧.. 그 말이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나는 곧 집으로 향했고… 나에게 연락을 했던 친구들을 만나서 중계동 을지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1시 30분쯤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도착을 해보니까 같은 친구들이 벌써 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먼저 연락을 받았다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술 먹고 있는데 연락이 왔어…. 효기 회사 동료한테 연락이 왔어…”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가 아직도 죽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를 않았다….

“효기 언제 도착한대?” “아까 매형한테 전화 왔는데 40분쯤 전에 출발했다더라…” “그럼 2시간쯤 걸리겠네…….”

새벽 3시쯤 드디어 효기가 실려 온 응급차가 을지병원에 도착을 했다….. 응급차는 응급실 앞에 섰다… 그러자 병원 관계자가 응급환자인 줄 알고 튀어 나온다..

그 뒤에는 효기의 누나가 있었고…. 병원 관계자가 나오자 응급차 운전수는 뒤에 불을 켠다.. 거기에 하얀 천으로 덮여 있는 한 구의 시신…. 곧…. “효기구나…”라고 알 수가 있었다…

이쪽저쪽에서 사람들이 응급차 안을 본다…… 그러자 운전수는 자신이 뒤에 불을 켠 것을 알고 바로 끈다…. 그러나 효기의 누나가 그것을 보고 실신을 하고….. 오열을 토해내는 식구들이 보인다..

“좀 더 빨리 불을 끄지….”

이것저것을 하고 난 후 응급차가 영안실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 우리 친구들도 내려가서 효기의 모습을 보았다….. 하얀 천으로 가려진 한 구의 시신….. 응급차의 뒷문이 열리고 나의 앞에서 효기의 시신이 지나간다..

짧다란 키에 배가 불쑥 튀어나오고 핏기 없는 발바닥…… “아.. 효기가 맞다……..”

지난 4월에 마지막으로 보고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흑….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평소에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나의 신념은 이날 이렇게 감정에 엮인 눈시울을 적셔 나갔다..

4월 중순 토요일, 의정부에서 결혼식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평소 카메라를 좋아하는 나와 부업으로 돌잔치에 카메라를 찍는 효기, 방송국에 다니는 윤각이 이렇게 3명을 불러서 부탁한다…

“사진 기사를 불렀는데 그냥 너희들이 자연스러운 장면 좀 촬영해줘…”

그래서 효기와 그다지 친하지 않던 나는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서 움직이다가 보니 효기와 아무래도 많이 부딪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같이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다 친해지는 관계를 느껴 갔다.

효기는 내가 알기로 중학교 때 같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그 녀석을 몇 번인가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안효기….. 커가면서 친구들이 각자 이런저런 재주를 가지고 가는 중에 유일하게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영안실 안쪽 스크린에 “고인: 안효기”. 글자를 보자마자 또 슬퍼진다…… 지금이라도 술 마시자고 연락하면 올 것 같은데….. 진짜로 죽었구나…..

영안실에는 효기네 집안 식구라고는 누님 2명과 형님 그리고 매형 이렇게밖에는 없었고…. 친구들인 우리들이 자리를 지켜나갔다….. 친구들 중 한 명이 큰매형한테 물어본다.

“효기 아버님하고 어머님한테는 연락을 하셨나요?”

그러나 효기네 부모님은 안동 쪽 경상도에 살고 계시고 어머님이 몸이 안 좋아서 입원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 효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쓰러질 것이란다…

돈을 모으면 용용돈을 부모님에게 보내드리고 열심히 일하고 사는 그런 효자 아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면 아마도 현실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고 나와 친구 몇 명은 집에서 잠깐 쉬고 오기로 하고 나는 그 자리를 아침이 다 되어서야 잠깐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날 저녁에 다시 영안실을 찾았고 그날 큰매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날의 스케줄을 맞춰나갔다. 월요일 아침 9시에 화장터로 향하기로 정해진 모양이었다…..

일요일은 큰매형이 시골로 내려가서 효기 부모님을 모시고 왔단다….. 아들의 죽음이 정말로 믿기지 않는 듯한 부모님 모습……. 손이 부르르르…. 떨리고 계셨다…. 어머님은 잠도 안 주무시고 울고 계시다가 아침에 결국 쓰러지시고….

나와 친구들은 효기를 화장터로 보내기 위해 관을 들어 주기로 했다…. 아침에 하얀 장갑을 큰매형이 건네주었다…… 그걸 끼고 지하에 있는 효기가 안에 있는 관을 보았다….. 식구들과 친구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이 차례로 절을 하고 우리 친구들은 관을 들었다….

“효기가……… 효기가……… 안에 들어있다…..”

화장터는 부평에 있는 화장터로 정해져서 우리는 친구의 차를 타고 부평으로 이동했다… 화장터에 도착해서 다시 관을 들고 옮겨놓고 결국 효기가 가는 모습을 보았다…. 오열하는 효기네 식구들…….

장장 2시간에 걸린 화장 시간…… “길다……. 너무 길다……..”

“아니야…. 너무 짧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인생이 마감하는 시간치고는 너무 짧다…” “저기 불길 안에서 효기는 얼마나 뜨거울까?” “남들이 저기서 다들 불태워졌겠지?” “나도 죽으면 저기 같은 곳에서 불태워지겠지?”

순간 얼굴이 불태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뜨거울 효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큰매형이 쉬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화장한 뼈는 아무 곳에다가 뿌리지 못한대… 여기 화장터에 정해진 곳에 뿌리게 되어 있는데… 거기는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우리 친구들이 좀 좋은 데로 바다 같은 곳에 좀 뿌려줘…”

원래는 시골 뒷산에다가 뿌리려고 한 모양인데 부모님이 그곳에 뿌리면 효기 생각이 날 것이라고 이렇게 정했단다….

효기의 뼈가 잘게 부서져서 나무함에 담겨 나오자 곧 우리는 효기를 받아 들고 인천에 가서 친구들과 효기의 회사 동료들이 동행해서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걸 보았다…

효기의 뼛가루를 한 손에 담아내자 아직도 뜨겁다.. 바다에 뿌리면서 생각했다…

“이젠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곳에서 행복해라….”

짜식 여자 친구 하나 변변하게 없었으면서 얼마나 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까? 그러나 우리 친구 효기는 30년의 인생을 단 3일 만에 마감했고 이 세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잘 가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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